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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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3&4 (완)

3 ‘괜찮아?’ 나는 어디선가 울리는 목소리에 깨어났다. 처음엔 그것이 꿈 속의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그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하게 나에게 들려오고 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걷고 처음 마주한 광경은 매일 아침 바라보는 똑같은 천장. 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들려오는 소리의 근원이 궁금해졌다. 어디서 들려오는 걸까? 그리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집에 갑자기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일까? 하지만 이러한 궁금증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리가 벽 쪽에서 들려온다는 걸 어렵지 안게 짐작할 수 있었다. ’괜찮아?’ 그 소리에선 어떠한 악의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도우려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옆집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 해본적도 없지만, 그 목소리는 어딘가 낮이 익다. 나는 대답하기 위해 입을 움직..

소설

창-2

2 ‘이것도 분명 내가 만들어 낸 상상 속 거짓 일거야.‘ 그렇게 몇 번이고 되뇌었다. 하지만 시계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에 비춰진 희미한 그림자는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듯 선명하게 일렁인다. 밖을 자세히 확인해야하다는 생각이 드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난 마음을 한번 가다듬고, 천천히 고개를 내밀고 태양이 떠 있어야 할 하늘로 눈길을 돌렸다. 투명한 창에 비춰진 세상은 생각과 다르게 밖은 더욱 더 어두워서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으니 내가 눈을 뜨고 있는 것인지, 감고 있는 것인지 분간되지 않을 지경이다. 당연히 떠있어야 할 태양이 있어야할 곳을 짐작하여 올려다보았지만 그 자리엔 아주 미약하게 보이는 검고 흐릿한 구체만이 보였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에 내 눈이 어둠에 적응..

소설

창-1

1 몇 달 전부터 나에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마음이 불안해질 때마다 홀연히 나타나 내 마음속에 심어져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상기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눈을 뜬 나는 불규칙한 나뭇가지에 목이 관통된 채 붉은 피를 흘리고 있는 그것의 초점 없는 눈을 마주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짧은 흑발, 오묘한 갈색 빛이 맴도는 눈, 햇빛에 약간 그을린 듯 붉은 빛을 띄는 피부- 몇 번을 봐도 영락없이 나와 똑같은 외모. 그것은 내 마음이 약해질수록 선명하게 스스로의 죽음을 마주보인다. 어느 날은 머리가 쪼개져 있는가 하면 어느 날엔 벽에 눌러 붙은 채 찌그러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현실보다 선명하게 내 눈에 비춰지는 그것을 바라볼 때에도 창문에 비춰지는 건 오직 나 자신..

코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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