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창-1
1 몇 달 전부터 나에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마음이 불안해질 때마다 홀연히 나타나 내 마음속에 심어져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상기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눈을 뜬 나는 불규칙한 나뭇가지에 목이 관통된 채 붉은 피를 흘리고 있는 그것의 초점 없는 눈을 마주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짧은 흑발, 오묘한 갈색 빛이 맴도는 눈, 햇빛에 약간 그을린 듯 붉은 빛을 띄는 피부- 몇 번을 봐도 영락없이 나와 똑같은 외모. 그것은 내 마음이 약해질수록 선명하게 스스로의 죽음을 마주보인다. 어느 날은 머리가 쪼개져 있는가 하면 어느 날엔 벽에 눌러 붙은 채 찌그러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현실보다 선명하게 내 눈에 비춰지는 그것을 바라볼 때에도 창문에 비춰지는 건 오직 나 자신..